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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갈리아의 딸들> 본문

세개 평화 Three peaces/GRL PWR

책 <이갈리아의 딸들>

조미또 2018. 2. 9. 15:58

이미지 출처: 황금가지
http://goldenbough.minumsa.com/book/3/


이갈리아의 딸들

Egalia’s Daughters (A satire of the Sexes)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김준혁 편집

황금가지 1996.7.1



쌍코에 노쏘공이라는 글이 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무도에서 하차하고,

무도는 멤버를 충원하기 위해 식스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유력한 후보였던 장동민의 과거 행적들이 낱낱히 올라왔다.

여성 혐오 발언들 때문에 대부분의 여초사이트는 난리가 났다.

웃긴건 여초 외의 다른 사이트들이 똘똘 뭉치며 장동민을 옹호했다.
어쨌든 결국 장동민은 식스맨 프로젝트에서 하차했다.
이 사건으로 여성들은 단단히 벼르고 있는 상태가 됐으리라.
그러던 와중에 메르스가 창궐하고 디시인사이드에는 메르스 갤러리가 생기게 됐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국내에 메르스를 전파시킨 첫 감염자는 68세의 남성이었다는 것이 알려지고 메르스 갤러리에 '여혐 미러링' 게시글들이 올라오게 됐다. (사실 중간에 어떤 오보에 대한 여성 혐오 반응들이 나온 일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메르스'와 '이갈리아'가 합쳐진 '메갈리아'가 생기게된다.
친절하게 설명해줘도, 화를 내도 귓등으로도 쳐듣지 않던 냄져들이 드디어 이 미러링에 반응했다.
물론 그게 제대로 알아듣고 아 그렇구나, 내가 여혐종자였구나! 깨닫는게 아니라 자들자들거리며 화내는 거였지만...^_^
아무튼 메갈리아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렇다면 이갈리아는 뭘까?
바로 이 '이갈리아의 딸들'이라는 책에서 나오는 나라의 이름이다.
이갈리아는 남성(맨움)이 아닌 여성(움)이 중심적이고 지배적인 성인 사회이다.
그러니 이 책 자체가 미러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허구인 소설이지만, 작가가 맨움이 어떻게 움에게 억압당하고 차별당하는지 쓸 때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진 않았을것이다.
왜냐면 현실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그래도 쓰면 되니까!
-어려운 것은 언어였을 것이다 어떤 언어든 남성중심적이니까 거의 모든 단어를 새로 만들어야했겠지-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너무 통쾌했다.
누구는 여태까지 우리들이 당해왔던 이야기들이라서, 똑같이 맨움에 감정을 이입해

너무 화나고 슬프고 무섭다고 하기도 했지만
나는 철저하게 움에 이입해서 마음껏 맨움을 무시하고, 차별하고, 억압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통쾌함을 느꼈다.
그러다 뒷부분에 페트로니우스가 그로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부분에서는 순간 무서워졌다.
폭행자체가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언제든 내가 당할 수 있었겠지- 더 무서웠던건

그 부분에서도 나는 통쾌함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는 읽는 내내 움에 이입해서, 그 순간에는 그로였다.
내가 페트로니우스를 때리면서 통쾌함을 느끼다니!
때려보는 입장이 되니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말을 안듣는 맨움은 때려도 된다는 생각이!!!
실제로 내가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해보니까, "와 이거 진짜 쓰레기같은 일인데?" 라고 느껴졌다.
그렇게 한번 더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폭력같은 쓰레기같은 일을 하는 냄져들을 혐오하게됐다. ^^

이 책에서 가장 흥미있었던 부분은 움의 특권이 신체에서 나온다는 점이었다.
맨움보다 움의 신체가 자연과 생명에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그렇다.
이것은 맨움들이 노력하더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페트로니우스가 쓴 책 '민주주의의 아들'과 같은 세상은 절대 불가능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움이 이입하고 있다-
그 점이 이 책을 통쾌하게 읽는 데에 한 몫했던거 같다.
"가부장적인 사회는 꿈도 꾸지 말라고!"

남자들은 긴 글을 못읽지만 혹시라도 이 책을 읽었다면,
미러링 당할 때처럼 자들자들하지 말길.
일단 화낼 권리도 없으며
진심으로 맨움에 이입을 했다면 그것은 곧 여성을 이해했다는 것이니 화가 나기는 커녕
앞으로 어떻게 하면 남성 페미니스트로서 이 사회를 변화시킬 지 고민하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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